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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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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 겨울에 다시 돌아오겠지?



  


지난 2016년 겨울, 나를 가장 행복하게 했던 뮤지컬..

새로운 시작을 생각하고 결심하게 했던 뮤지컬이다.


2년 뒤에 돌아오겠다고 했으니 올 2018년 겨울에 하겠지?

기대가 된다.


2번을 보고 막공까지 3번째 예약을 했는데

뭐에 홀렸는지 다른 공연을 보고 말았다.. ㅜㅜ

완전 후회했었지..


다시 할 거란 기대감을 가지고 리뷰를 남긴다.


일시 : 2017년 1월 1일 오후 6시

장소 : 백암아트홀

캐스팅 : 김종구(엘빈), 조성윤(토마스)



남편과 함께 관람한 뮤지컬..

나는 너무 좋아서 2번째 관람한 것인데.. 남편의 반응이 영~ 아니다.

도저히 그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ㅠㅠ


하지만 나에겐 인생뮤지컬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제목이 좋다.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

솔직히 유명한 넘버인 '나비'의 내용처럼 그렇게 내 능력을 믿거나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을 신뢰하지는 않는다.

내 나이가 벌써 40중반이다 보니 이미 순진, 순수한 단계는 지난 듯하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스토리가 있다.

내 얘기, 니 얘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

비록 내 스토리가 드라마틱하거나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나의 스토리 속에는 가족들, 어린시절, 추억, 지식, 친구들, 하나님과 함께 하는 여정 등 

모든 것이 들어있다.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스토리에 대한 인식으로 조금씩 일기를 쓰게 되었고 

그것들이 하나하나 쌓이니 힘든 일이 있어도 버티는 힘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This is it."

다이어리 앞에 붙여 놓고 있다.


   <This is it.>

    니 머릿속에 이야기가 몇 천개야

    왜 없는 이야기를 찾아..

    

    이게 다야, 이게 전부야, 참 아름답지 않니

    여길 봐 톰, 영원토록 그 폭포가 보여


    아홉 살의 그림, 사춘기의 사진,

    니가 소중히 간직한 이야기

    잘 둘러봐, 니가 찾던 이야기,

    잘 봐, 전부 여기 있쟎아


    야, 대따 많아...

    니 얘기, 내 얘기, 우리 둘 다 나오는 얘기

    그냥 하나하나 골라 적는 거라고

    

    이야길 적어, 아는 걸 써

    둘러 봐, 우리의 평생의 이야기 이제 숨 불어 넣어줘.


    우리 이야기 살아나게

    우리의 수많은 기억과 추억에 생명을 주는 거야

    수천의 순간 이야기로

    지워지지 않고 영원토록 웃음과 눈물로 

    톰과 조지 함께 그려 줘...


    너와 나 톰, 이게 전부야, 참 즐거웠던 시간

    근데 잘 봐 톰, 사실은 이게 끝이 아니야

    호수의 돌멩이 시내물결같이

    멈추지 않고 시간넘어 남아

    니 몫이야, 내 삶의 이야긴 다, 네 것

    둘러 봐, 톰, 니꺼야

    너와 나, 사랑과 인생 다 둘러 봐.

    전부야...


비록 톰(토마스)의 절친인 앨빈은 죽었지만 

톰의 기억과 이야기 속에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것...


이 뮤지컬을 보고서 나의 스토리,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스토리를 기록으로 남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거대한 지구 상에서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일지라도 각 사람의 기억 속의 스토리는 아름다운 추억이고 

때로는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곧 리뷰를 남기겠지만, 지난 11월에 본 연극 '오펀스'의 대사 중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이런 것이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을 때 잠든 경비원의 열쇠를 탈취해서 고아원 바깥을 탈출한 고아 아이들은

어떤 집의 창문을 통해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고 그것에 대한 꿈을 가졌다. 

이들이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왔을 때, 그 뚱뚱한 경비는 아이들을 무지막지하게 때렸지만..

해롤드라는 고아는 이렇게 얘기했다.


 "괜찮았다. 이미 우리는 볼 것을 보았으니까.."


잘 아는 상담사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하셨다. 

상담할 때, 어떤 아이들은 현재 상황은 힘들지만 과거의 즐거웠던 1가지 기억을 붙들고 현재를 극복하기도 한다고..

즐거웠던 기억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부모와 놀이터에 갔던 것, 즐겁게 밥을 먹었던 기억, 함께 이야기했던 기억 등

아주 소소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데도 우리 각자의 스토리가 하찮타고 생각하게 될까?


토마스, 결국 이야기를 남기다.

동화 작가로 성공한 토마스는 자기 이야기의 모든 원천이 앨빈이라는 것을 깨닫고 당황하며 힘들어 한다.

앨빈은 그저 작은 시골서점의 주인이었지만 여전히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아이같은 친구였다.

글의 주제를 비롯해서 글쓰기가 난관에 부딪치쳤을 때 그것을 해결할 방법를 제공해 주는 것은 항상 앨빈이었다.


토마스의 자격지심이 이해가 된다.

앨빈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빈은 토마스에게 '너에게 엄청 많은 자원들이 있다고, 그걸 하나하나 꺼내 쓰라'고 격려해 준다.


어쨋든 살아서 이 모든 이야기를 글로 쓰고 책으로 낸 것은 토마스였다.

앨빈도 그것을 알기에 자신의 송덕문을 쓰느라 괴로워하는 토마스를 그렇게 위로했나 보다.


무대가 아름다웠다.

극 중 '하나님의 위대한 도서관'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국의 시인 존 던의 작품에서 인용된 말이다.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은 말했습니다.

   모든 인류는 한 작가의 한 작품이다.

   누군가 죽을 때 그 삶이 책에서 찢겨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언어로 번역된다.

   모두 그렇게 번역되어야 한다.

   신은 다양한 방법으로 번역하신다.

   나이, 병, 전쟁, 혹은 공의, 그 방법이 무엇이든

   각 장마다 신의 손이 역사하신다.

   그의 손은 땅에 떨어진 우리 낙엽들을 한 곳으로 모아

   우리의 인생이 적힌 책들이 열린 채로 나란히 누워있는 그의 도서관을 만드신다.

   

재미있는 통찰이다.

어쨋든 무대는 책이 가득한 서점, 도서관 같은 느낌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위대한 도서관' 처럼 한 인생을 상징하기도 하겠고

토마스의 기억 속에 있는 앨빈과의 추억, 자신의 이야기들을 상징하기도 할 것이다.


따뜻한 갈색톤의 색깔과 아버지를 나타내는 여러 소품들,

특별한 책을 찾으려 할 때, 여기저기 빛나는 책들.. 정말 아름다왔다.


토마스가 어린시절 노래한 '1876년' 이란 넘버의 일부이다.


   난 책은 그저 글씨 뿐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 책을 읽을 때는 톰소여가 보여

   한 번 나타난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다

   긴 세월을 넘어 영원토록 남아있어

   언젠가 이런 얘길 쓰는 게 내 꿈이죠


   1876년 작은 촌에 살던

   한 사람이 이 모든 모험을 적었죠

   그 모험들에 숨을 불어 넣어 줬기 때문에

   76년은 75년보다 훨씬 좋았어요.


그야말로 숨을 불어 넣어 준 살아있는 이야기, 이것이 이 뮤지컬이 하고픈 이야기인 것 같다.

좋은 뮤지컬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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